'다빈치 로봇' 부산 첫 전립선암 수술 현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 정교하게 자르고 봉합

지난 25일 오전 9시 동아대학병원 본관 3층 수술실. 한강 이남에선 최초로 도입된 수술용 로봇 '다빈치'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제조한 것으로 로봇 구입비용만 25억원에 이른다. 66세의 전립선암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대가 중앙에 있고 그 위로 4개의 로봇팔이 달린 로봇카트가 위치했다. 수술대에서 3m가량 떨어진 곳에 로봇을 조종하는 수술콘솔이 자리했다.

로봇수술 권위자 성경탁 소장 지휘

콘솔에 앉아 수술방을 지휘한 야전사령관은 로봇수술센터 성경탁 소장이었다. 그는 외과 영역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한 국내 1호 의사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최소상처수술센터소장을 지낸 세계적인 로봇수술 권위자다.

통상 수술필드에는 시술자와 수술도구를 전달하는 간호사(스크럽), 카메라맨, 보조시술자 등 4~5명이 들어간다. 그러나 로봇수술에서는 간호사 1명과 보조시술자 2명 등 3명(의사는 수술필드에서 벗어나 콘솔에 있음)만 들어가기 때문에 수술공간이 넓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첫 수술인지라 간호사와 스태프 모두가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다빈치 로봇은 아주 정밀한 장비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준비와 수술팀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미 한 달 전 수술팀은 미국 로봇센터에서 연수를 거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일주일 전부터는 이곳 수술실에서 수차례에 걸쳐 모의수술을 시행하면서 이날을 준비해 왔다.

드디어 로봇이 환자의 몸에 삽입됐다. 이 순간이 로봇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단계다. 로봇팔이 몸에 삽입되는 위치가 틀릴 경우 수술 중에 로봇팔이 서로 엉키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장 흔한 로봇수술의 고장원인이 되는데, 이로 인해 수술이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카메라가 달린 로봇팔이 복부로 들어가자 골반 안쪽의 모습이 대형 모니터 화면에 그대로 드러났다. 기존의 개복수술을 할 때 좁은 골반 안쪽을 제대로 보기 힘든 상황과는 좋은 대조를 이뤘다. 또 로봇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정교하게 자르고 지혈을 해 주기 때문에 수술이 끝날 때까지 골반 안의 구조물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정밀수술로 발기력 유지, 우수성 실감

콘솔에 있는 의사는 3차원의 영상을 통해 장기의 실제 크기보다 10~15배 확대된 모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을 1㎜ 오차로 미세한 작업도 가능했다.

좁은 골반 안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던 로봇팔이 방광을 아래로 떨어뜨리더니 깊숙이 파묻혀 있던 전립선이 어느덧 대형 화면에 나타났다. 전립선은 출혈이 많은 장기로 개복수술을 할 경우 대개 1천cc 정도의 출혈이 일어난다. 반면 로봇수술을 하면 극히 소량의 출혈만 있어 로봇수술의 우수성을 눈앞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전립선이 제거되고 드디어 로봇수술의 클라이막스인 요도방광 연결 시술이 진행됐다. 이전까지의 절개와 소작(전기로 조직을 태움)을 위한 로봇팔이 봉합을 위한 로봇팔로 교체됐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의 경우 요도방광 연결 시술은 숙련도가 뛰어난 의사에게도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개복수술의 경우 좁은 골반 안 깊숙한 곳에서 손놀림이 쉽지 않고, 복강경 수술의 경우도 시야는 좋지만 일자로 곧게 뻗은 봉합장비를 다루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로봇팔은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돌아가기 때문에 바느질하는 것처럼 쉽게 조직을 이을 수 있다.

요도방광 연결 '순조', 첫 집도 성공적

4시간 만에 모든 수술이 끝났다. 수도권의 대형병원에서 첫 로봇수술을 할 때 7~8시간 걸린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스피드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하면 2시간가량 수술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특별한 합병증이나 출혈 등의 문제 없이 수술이 마무리됐으며 환자는 회복실로 옮겨져 30분 후 일반병실로 올라갔다. 지역에서 최초로 로봇수술에 성공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성경탁 교수는 "인간의 눈과 수술자의 손의 한계를 넘어선 최첨단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로봇수술은 개복수술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고 나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26일에는 동아대 로봇수술센터 초청으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비뇨기과 비풀 파텔 교수의 강연이 마련됐다.

파텔 교수는 현재까지 1천500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 전립선 적출술 기록을 갖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전국에서 300여명의 의사가 참가해 로봇수술의 열기를 확인시켜 줬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개복·복강경·로봇수술 비교






















수술방법

효 과

비 용

개복수술

좁은 골반 안에 있어 시야확보가 어려움. 보조시술자의 도움이 어려워 출혈이나 수술 후 합병증 가능성 높음.

300만~400만원

복강경수술

개복수술에 비해 좋은 시야를 제공. 기구사용의 숙련도가 필요하며 전립선암 수술 후 발기능력 유지를 위해 경험 필요. 시술자 피로도 심함.

400만~600만원

로봇수술

현재까지 가장 발달된 수술방법. 시술자에게 입체적 시야 제공. 발기능력 유지 가능. 숙련도를 얻기까지 짧은 시간이 걸림.

1천500만~1천600만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