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표상 '요산문학상' 부산일보가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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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사 주최 26일 제24회 시상식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요산문학상이 올해부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1985년 11월 요산문학상 제2회 수상자로 문병란 시인이 선정됐다. 유신체제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맞선 저항시인이었다. 5·18민주화 운동 주동자의 한 사람으로, 전두환 당시 정권의 1급 감시대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은 작고한 윤정규 소설가가 남긴 글에서 "신문 잡지 어디에나 그의 이름이 거론되면 거론자들이 치도곤을 당하게 돼 있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요주의 인물이었다.

군사독재 정권의 서슬퍼런 폭압 속에서 문 시인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사실은 안기부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을 터. 시상식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안기부가 요산문학상 시상식을 중지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미 초청장도 500장이나 발송한 상태였고, 언론사에도 수상자 선정을 위한 보도자료를 돌린 상태였다.

요산문학상 운영위원장이던 당시 부산일보 권오현 사장은 안기부라는 막강한 권력기관의 후환에도 불구하고 시상식 강행을 결정했다. 다만 혹여라도 광주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걱정 때문에 수상자에게 인사말을 할 기회도 주지 못했지만. 이날 시상식엔 안기부 요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 요산문학상은 태동부터 저항의 이미지를 강하게 담고 있었다. 조갑상 경성대 교수는 "요산문학상이 만들어진 시기가 얼마나 어려웠던 시절이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전두환 당시 정권의 강압정치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시절,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사람의 문학상을 제정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요산문학상은 그동안 중앙 문단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전국적인 권위를 유지하며 1984년 소설가 하근찬 씨를 첫 수상자로 배출한 이래 지난해 23번째 수상자로 소설가 문순태 씨를 배출했다. 이 과정에서 요산문학상은 문학이 어디로 나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등대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던 터였다.

그렇게 저항과 민족이란 키워드로 문학의 방향을 제시했던 요산문학상을 올해부터 부산일보사에서 주최한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서 지역성을 민족성과 세계성에로 드넓힌 요산의 문학정신을 더욱 확산시키고 부산 정신의 고갱이를 실천한 부산의 상징적 인물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서이다.

요산문학상에 관여했던 이들은 입을 모아 발전적 계승을 요청했다. 오랫동안 요산문학상 운영위에서 간사를 맡았던 소설가 성병오 씨는 "낮은 곳에 임하려는 저항의 표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고, 직전까지 간사를 맡았던 박훈하 부경대 교수는 "민족과 저항이란 총체성을 담보하면서도 이젠 소외받은 변방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부산일보사는 1일 낮 12시 요산문학상 첫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부산일보사에서 김종렬 사장, 이문섭 주필, 이헌률 광고사업국장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이장호 부산은행장, 김중하 부산대 명예교수, 소설가 이호철 씨, 소설가 이규정 씨가 운영위원에 위촉됐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상금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릴 것을 의결하고, 장르는 소설 부문으로 한정했다. 제24회 요산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6일 열기로 했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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