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등치기' 시원하세요? '스케이트 점프' 멋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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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운동과 허리건강

척추는 겸손한 장기다. 허리나 목을 젖히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히 숙이는 동작부터 실시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먼저 숙인 이후에 더 많이 젖힐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굴곡운동을 한 후 천천히 젖히는 동작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프라임병원 신경외과 조철민 원장은 "겨울철 운동을 하다 삐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외상보다는 준비운동을 소홀히 함에 따라 근육이나 인대를 다치거나 디스크병이 발생한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스케이트 점프 척추에 치명적

겨울철 인기 스포츠인 스케이트는 그 재미만큼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좁은 스케이트 날이나 미끄러운 빙판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스케이팅을 직업으로 하는 선수도 허리 질환에 시달리는데 평소 운동량이 적은 일반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케이팅을 할 경우 부상은 피할 수 없다.

최근 허리디스크 초기 판정을 받은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는 일종의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리한 점프가 가장 큰 원인이다. 김 선수의 주특기인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은 점프 뒤 3회전하는 동작을 2번 연속으로 하는 것이다.

척추 전문의들은 높은 점프를 한 후 스케이트의 얇은 날로 서야 하는 김 선수의 경우 일반인보다 최소 2.5배 이상의 하중 및 충격을 견뎌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통 스피드스케이트 날은 폭이 1㎜,피겨스케이트 날은 3㎜이다. 따라서 스케이트 초심자가 불필요한 점프나 무리한 동작을 따라 했다가는 허리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스케이트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으며,무리한 점프 동작 등은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도 점프할 때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과 비슷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약수터 나무에 등치기는 '운동' 아닌 '모험'

겨울철 이른 아침 약수터에 가면 나무에 등을 대고 부딪치면서 시원하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무에 등을 부딪치는 동작이 등을 주무르고 두드리는 마사지와 비슷해 허리와 등 근육의 피로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운동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너나없이 따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잘못된 건강상식이다.

부민병원 척추센터 신동렬 부장은 "나무에 등치기를 하면 일시적으로 피로 개선의 효과는 누릴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없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들은 일부러 허리에 충격을 주게 되면 근육염증이나 골절,탈골 등의 부상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공원이나 약수터,등산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뒤로 걷기다. 몇 해 전 뒤로 걷는 운동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의 동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뒤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다.

그러나 뒤로 걷기를 할 경우 60~70대의 어르신들은 평행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뒤를 돌아보면서 걷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특히 골다공증으로 뼈가 잘 부러지기 쉬운 노인들은 넘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재채기 한 번으로 허리가 삐끗

겨울철 대표적인 질병이 감기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큰 기침 한 번으로도 허리나 목을 심하게 삘 수 있다. 재채기를 하다가도 삐끗할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어르신들은 기침을 하다가 척추가 내려앉는 골다공증성 압박성 척추골절도 생길 수 있다. 실제 노년층 환자의 경우 겨울철에는 특별한 외상 없이 저절로 부러진 것 같다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잠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날 때 등 사소한 충격에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들은 겨울 감기를 조심해야 하고 딱딱해진 지반에 무리하게 체중을 싣는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젊은 사람들도 운동을 할 때는 약한 강도에서 시작해 점차 강도를 올리는 게 부상을 막는 방법이다. 추운 날씨 속에서 갑작스러운 달리기나 무리한 운동은 흔히 '삐끗했다'는 염좌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겨울에는 달리기보다는 빨리 걷기가 바람직하다.

평소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무릎에 통증이 있다면 등산은 자제해야 한다. 무릎을 과하게 사용할 경우 연골연화증이 올 수도 있다. 연골연화증은 슬개골 아래에 있는 관절연골이 말랑하게 연해지다가 결국 파괴되는 질환이다. 증세가 이어지면 퇴행성 관절염이 될 수도 있다.

야외운동을 할 때 장갑과 마스크는 필수다. 특히 머리 보온을 위한 모자를 챙겨야 한다. 몸의 열이 대부분 머리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부민병원 척추센터 신동렬 부장·프라임병원 신경외과 조철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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