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스타] ⑨ 야구선수 장효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꿈나무에게 '교과서' 선물해야죠'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는 누구일까. 이승엽(28·롯데 마린스) 김성한(46·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 이종범(34·기아 타이거즈) 등의 이름이 거론될 법하지만 안타를 만들어내는 정확한 타격면에서 이 사람만한 선수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며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장효조(48)씨. 프로야구 최고 통산 타율(0.331),최다 타격왕(4회),전무후무한 3년 연속 타격왕(1985~87년),최다 연타석 안타(8개) 등 그는 타격에 관한 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타격의 달인'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닐 만하다.

장씨를 자신의 집 근처인 부산 금정구 구서동 한 찻집에서 만났다. 얼굴에 살이 약간 붙은 것을 빼면 선수 시절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

대구에서 야구를 시작한 까닭에 그는 대구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고향은 부산 영도다. 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영선초등 3학년 때 대구 삼덕초등으로 전학하면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장씨는 지난 2001년 전남 대불대에서 타격 코치를 1년간 하다 그만둔 뒤 지금은 선수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유소년들에게 맞는 야구 이론서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이론서 출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유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야구 이론을 배워야 커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는 이론서가 거의 없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단다.

'야구는 축구처럼 전술,전략이 있는 종목이 아닙니다. 타격 및 투구 자세가 일정하게 체계화돼 있지도 않습니다. 정형화된 이론서를 만들어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이 야구 인기가 되살아나야 국내 야구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늘 하고 있었죠.'

장씨는 야구선수로서는 적지않은 37살에 은퇴했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 일찍 은퇴해서 아쉬움이 많다'며 웃는다.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3~4년은 더 야구를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나 선수 시절 그는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 대구상고 1학년 때 연습 시간이 끝난 뒤 밤 12시까지 혼자 배트를 휘두르며 연습했을 정도. 정말 힘들고 지겨웠지만 정확한 타격 자세가 몸에 익을 때까지 휘두르고 또 휘둘렀단다.

장씨는 '야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야 한다'며 '연습은 물론 경기할 때도 남들보다 몇배나 많은 열정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동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외동 아들에게는 야구를 하지 못하게 말렸다고 한다. 정상에 서기 위해 땀을 흘린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식에게는 그런 부담을 다시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까닭.

이승엽의 일본 진출과 정민태의 고액 연봉(7억4천만원)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승엽이가 일본에서 잘 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가 60년을 넘은 일본과 20여년에 불과한 한국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죠. 그리고 고액연봉은 열심히 땀을 흘린 대가라고 봅니다. 운동 선수도 잘 하면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죠.'

장씨는 기회가 주어지면 프로나 아마 어디에서든 지도자 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업으로 성공한 다른 동료들도 있지만 자신은 사업 체질이 아니어서 야구를 떠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 '타격의 달인'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다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 벌써 기다려진다. 남태우기자

leo@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