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이복형제 떳다하면 연장 방영, '짜증드라마' 신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청률 지상주의 소재·편성 파행

유리구두, 그 햇살이 나에게, 겨울연가, 여인천하(아래부터 시계 반대방향).

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다. 지난해 시청률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드라마였다는 건 좋은 반증. 그러나 지나치게 시청률에 의존한 나머지 재생 반복된 소재나 과다경쟁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도 '시청률 시대'의 한 단면이다.

'도대체 아버지가 누구야?' 요즘 '겨울연가'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렇게 한마디씩 건넨다. '꼬고 또 꼬는' 바람에 준상(배용준)이 상혁(박용하)과 이복형제인지,준상이 유진(최지우)과 이복남매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지나치다'는 불평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

얼마전 종영된 '그 햇살이 나에게'(MBC 수ㆍ목)에서는 주인공이 한 남자를 두고 배다른 언니와 연적관계를 이뤘고,2일 첫 방영된 '유리구두'(SBS 토·일)에선 재벌의 딸인줄 모르고 자라는 자매의 이야기가 앞으로 다뤄진다. 지난해엔 '수호천사'와 '비밀'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처럼 '출생의 비밀'은 최근 트렌디 드라마의 단골메뉴가 됐고,드라마 PD들마다 새 아이템 회의때면 어떻게하면 노골적이지 않게 엮어낼까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실제 '유리구두'의 최윤석 PD는 '시청률을 얻으려면 출생의 비밀을 주요 코드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방송진흥원 이기현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방송사들이 '잘 팔리는' 소재에 의존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뒤 '작가의 창의성을 보장해,멜로 외에 액션 무협 등 다양한 소재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70분 편성에 65분 방송. 시청률 경쟁의 여파는 가장 치열한 시장인 지상파 3사의 오후 10시대에서 확연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60분편성에 55분 방송이었던 걸 감안하면 10분가량 늘어난 셈. 지난주 SBS의 '지금은 연애중'과 '여인천하'는 무려 73~75분이나 전파를 탔다.

이같은 방송시간 연장은 타 방송사의 드라마가 끝난뒤 자사 드라마로 시청자를 끌이기 위한 전략편성으로,1~2회 연장방영에서 이젠 '전회'로 굳히기 들어간 상태다. 한 시청률 조사기관의 분석팀장은 '같은 시간대 드라마중 늦게 끝나는 프로가 시청률에 유리하다'며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해줬다.

또 주연배우나 작가의 차기 스케줄이나 줄거리를 무시한 '마구잡이식' 방영횟수 연장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SBS '여인천하'는 당초 50회에서 무려 100회늘어난 150회로 종영될 전망이고,MBC '상도'도 10회가량 늘린 50회로 막을 내릴 예정. '명성황후'도 100회에서 120회로 20회가량 늘어났다.

방송사들로 봐선 광고수입이 늘지도 모르겠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찮다. '상도'는 종영 10회를 남겨두고 작가가 바뀌었고 '여인천하'는 김정은 박주미 박상민 등 주요 배역들이 대거 하차할 전망이어서 내용 수정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이같은 방송횟수와 시간늘리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다. 늘어난 방송시간과 횟수에 대본 작업량이 따라 불어나고 거기에 맞추다보면 이야기 구성과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방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동진기자 djbae@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