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판타지소설 '묵향' 대박 부산작가 전동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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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뭐든 할 수 있어 상상력 재미 기막히죠'

최근 들어 판타지영화인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와 '해리포터'가 개봉되면서 판타지문학의 가능성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판타지소설은 문학이라기보다는 문화산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협지의 변형'인 판타지소설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되기도 하며,전자오락의 대본역할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게임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출판시장에서는 매출이 약10% 정도에 그치지만,이같은 문화산업의 가능성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판타지문학 가능성은 어디쯤일까. 지역에서 활동중인 판타지문학 작가는 5~6명에 달한다. 판타지는 상상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창작활동을 하는데 특별한 장애가 없다. 이중 최근들어 14권이 나온 '묵향'(명상 펴냄)의 성공은 판타지문학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산의 작가 전동조(35)는 150만부가 팔려나간 '묵향'의 성공으로 이른바 '확실히 떴다'. 그는 인세 만으로 벌써 2억5천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최고 7억원까지 인세수입이 예상된다. 앞으로 4~5권을 더 펴낼 예정인데,그는 지금 부산 북구 금곡동의 아파트에 칩거하면서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 (주) 대원CNA와 계약 하나를 체결했다. '묵향'의 2,3차 저작권 계약이었는데,계약금만도 1억5천만원을 받았다. 판타지문학이 2,3차 저작권에 대해 토털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판탄지문학 역사상 '묵향'이 처음이다.

'묵향'은 이 회사를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책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되는데,최소 20억원을 저작권으로 챙길 전망이다.'묵향'은 무협과 판타지 세계를 넘나들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퓨전 판타지'의 대표작이다. 1부는 묵향(무림에서의 묵향),2부는 다크 레이디로 판타지 세계에서의 다크 레이디,3부는 묵향의 무림 귀향이다.

1부는 고아 출신인 묵향이 무림의 전설적인 무력단체인 마교의 살수로 훈련받으면서 시작된다. 무공이 높아지면서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2부는 묵향이 차원 이동해 들어가는 곳으로 마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드래곤이나 몬스터가 판을 치는 이상한 세계다. 3부는 묵향이 다시 무림으로 복귀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어떻게 판타지문학에 빠져들어갔을까. 그는 대학(동의대 생물학과 87학번)을 나왔지만 변변한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건축기사가 될 목적으로 공부를 했는데,방구석에 처박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무협이나 판타지소설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도 판타지문학을 한번 써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통신문단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통신문단은 조회수라는 즉각적인 반응이 재미있었고,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 평가까지 내려주어서 흥미로웠다는 것.

2년 가까이 통신문단에 글을 연재하면서 총조회수가 150만을 웃돌았는데,출판사에서 그 인기를 오프라인 출판을 통해 연결시킨 것이 지난 99년의 일이다. 그래서 그의 첫 판타지소설인 '묵향'이 햇빛을 보게되었다.

'판타지문학은 상상만 하면 되기에,처음부터 세계관 주스토리방향 등 기본설정만 치밀하게 잘 해두면 그 탄력으로 글이 술술 풀려나오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그리고 판타지문학은 부산에서 작업을 해도 하등의 어려움이 없다고 밝힌다.

작가 전동조가 생각하는 판타지문학의 매력은 상상력의 재미다. 상상력으로 완전히 또 다른 세계 하나를 구축하는 재미가 녹록치 않다고 한다. '묵향'은 판타지문학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가 등장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만도 수백여명에 달하고 새로운 병기인 타이탄을 등장시켜놓고 있는데,캐릭터사업을 하기엔 안성맞춤의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대개 판타지소설은 하위문학 혹은 장르문학으로 폄하되고 있는데,작가는 이같은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판타지소설을 문학성이라는 잣대로 논의를 전개하는 태도에 별로 동조하고 싶지 않다. 고급문학과는 어차피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판타지문학은 통속소설이며,그 극한의 발전형태가 판타지나 무협으로 보면 된다.'

순수문학이 품격있는 다양성과 재미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판타지소설의 독자층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니 판타지문학은 이미 우리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임성원기자 forest@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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