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향수가 TV에서 흐른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방송가 복고풍 드라마 시청자 눈물샘 자극

단아하게 땋은 머리, 빨치산,다방DJ,교복입은 대학생,남아선호,신군부,.요즘 브라운관 채널마다 시대성 짙은 단어들이 불쑥 튀어나와 '흑백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은실이''국희''왕초''허준'으로 이어진 시대극의 '힘'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때문. 인터넷 디지털 시대가 무색할 정도다.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야심찬 시대물을 내놓고 있다.

KBS는 1TV 주말극 "꼭지",2TV 아침드라마 "송화"에 이어 17일부터 1TV의 TV소설 "민들레"를,다음달에는 2TV 일일극 "목민심서"를 연달아 내보내 물량공세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SBS도 22일부터 박영규 김현주 등 개성강한 캐릭터를 전진배치한 주말극장 "덕이"를 방영한다.

"허준"으로 재미를 본 MBC 역시 또 한번의 "허준신드롬"을 노리며 가을 개편과 함께 방영할 새 시대극 소재를 공모중이다.

"꼭지"는 70년대 중반 부모를 잃고 외갓집에 입양된 9세 소녀 꼭지의 눈을 통해 외할아버지와 아들 삼형제 가족의 인생역정을,"덕이"는 50년 6.25 한국전쟁부터 80년 광주항쟁까지 격랑의 현대사속에서 겪는 한 여인의 삶을 조명했다.

"민들레"는 남아선호 사상이 주류를 이뤘던 MBC "아들과 딸"의 속편격이고,"목민심서"는 다큐멘터리 PD들이 만드는 정약용의 일대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같은 잇단 시대극 제작에 대해 제작진들은 먼저 고증에 큰 어려움이 없고 세트제작 부담이 적다는 점을 꼽는다.또 인간승리의 주제를 통해 보는 이들의 대리만족을 노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 시청률 올리기가 손쉽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나아가 IMF 극복 후 국민들이 정신적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데다 최근의 감각적인 트렌디 드라마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BS 드라마제작국 윤흥식 주간은 "시대극은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지만 "허준"이후 방송사들의 안정된 장르로 자리잡았다"며 "당분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가 주변에선 특화되지 않는 지나친 시대극 편성역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배동진기자

djbae@p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