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봉수대를 아이봉수대로 불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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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박물관 `명칭 잘못됐다` 주장

대동여지도의 오류로 아이포(또는 아이) 봉수대(기장군 장안읍 효암리 산51의1 일원)가 이길봉수대로 잘못 알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봉수는 외적이 침입했을 때 불과 연기로 위급상황을 알리던 우리나라 통신제도의 효시.

부산지역에는 황령산,간비오산(장산 남봉),구봉(초량 뒷산),기장 이길 등 모두 11개의 봉수대가 있지만 원형이 제대로 보존된 곳은 드물다.

봉수대에 대한 연구 역시 문헌 조사는 간간이 있어왔지만 봉수대의 구조 등을 고고학적으로 연구한 보고서는 거의 없는 상태.

부산시립박물관(관장 박유성)은 최근 발간한 기장 이길봉수대 시굴조사(97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이길봉수대의 명칭을 아이(아이포)봉수대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길봉수대의 명칭 오류 문제는 지난 98년 이후 울산과 부산의 일부 향토사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번 보고서는 실제 조사를 통해 그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사 나동욱씨는 "최근 실시한 기장군 지표조사에서도 남산봉수대와 임랑포봉수대는 유구가 확인됐지만 아이봉수대만은 유구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지금의 이길봉수대에서 다음 봉수처인 하산봉수대를 관망할 수 없는 것 등이 이길과 아이봉수의 의문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길봉수대 시굴조사를 계기로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 봉수대도 조사했던 나씨는 나사리 봉수대가 지금의 이길봉수대와 구조가 비슷하고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옛 문헌에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봉수대의 유구를 조사했을 때 기장 하산봉수대에서 가장 가까운 봉수는 나사리 봉수대고 하산봉수대와 지금의 이길봉수대가 모두 관망되는 입지면 등도 나사리 봉수대를 옛 이길봉수대로 볼 수 있는 증거다.

나씨는 "고지도 "여지도서지도서.1765년)" 울산부 지도에 보면 이길봉수대가 울산부에 속한 서생포에 가까이 표시돼 지금의 나사봉수대 위치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나사리 봉수대가 원래의 이길봉수대이며 지금의 이길봉수대는 위치상 아이봉수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포 봉수대를 지금의 이길봉수대와 혼돈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오류는 대동여지도(1834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 나씨의 말.

대동여지도에는 아이봉수가 임랑포보다 남쪽에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경상도지리지(1425년)의 기장현 지도는 남산,임랑포,아이포,이길봉수대를 거쳐 하산봉수대로 연결된다.

그러나 임랑포 봉수는 지형상 아이포봉수보다 들어가 있어 아이포를 조망하기 어렵고 임랑포와 아이포의 거리가 가까워 폐지돼 여지도 이후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임랑포가 폐지됐을 때는 남산 다음은 곧바로 아이포 봉수이므로 지금의 이길봉수대는 아이포로 추정할 수 있다.

나씨는 "이번 시굴조사를 계기로 이길봉수대의 명칭 변경은 물론 부산 경남지역에 흩어져 있는 봉수대의 기본 형태 파악 등 후속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승아기자

seung@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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