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그림이야기-26>막심고리키'어머니' 홍성담 판화'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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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불러도 다 하지 않을 이름,어머니,.

러시아의 혁명가이자 소설가였던 막심 고리키(1868~1936)의 어머니 는 혁명의 세기 20세기의 뜨거운 열정 속에서 그 이름 을 신화로 만들었던 소설이다.그 소설은 해방과 혁명의 열정을 저 따스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젖가슴에서 풀어헤쳤고 길어올렸다.

고리키는 7세때 어머니를 여의었다.그러니까 그는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서 그 소설로 자신과 한 시대의 어머니를 창출했던 셈이다.1905년 러시아 1차혁명 직후인 1907년에 출간된 그 소설의 어머니는 20세기 내내 세계 곳곳으로,변혁의 열정과 가슴 속으로 깊숙이,깊숙이 스며들어 갔다.

일제 이래 몰래 읽혔던 그 소설이 우리말본으로 나온 게 85년.지금은 없어진 도서출출판 석탑에서 출간됐다. 노동법 해설 따위의 책을 냈던 석탑 은 유명한 노동운동가 장명국이 운영했던 출판사.

석탑 에서 고리키의 어머니 를 출간하자 광주의 홍성담(43)이 목판화 를 표지화로 내놓는다.는 애초 83년 판화달력용(한마당 출판사)으로 82년에 제작됐던 목판화.그 달력을 눈여겨 보아두었던 장명국이 "아주 적절하다"며 표지화 사용을 제의하자 홍성담이 흔쾌히 응했던 것.

유화를 전공하다 투박한 판화의 칼을 쥔 홍성담은 80년 광주 에 미술의 탯줄을 묻은 민중미술가.

그는 광주의 상흔 이후 광주에서 미술운동패 일과 놀이 을 조직해 이끌었다. 일과 놀이 는 "미술 제작의 주체는 단순 명료한 발상을 하는 민중"이라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기치를 내걸었다.그랬던 홍성담은 이후 89년 걸개 그림 슬라이드를 평양 축전에 보냈던 사건으로 3년간 옥살이를 치르기도 했다.

여하튼 러시아 소설 어머니 는 변혁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 책인 것이다.사실,그 책이 나온 85년은,변혁의 모델로서 러시아 학습 열풍이 일었던 해이기도 하다.

그런데 홍성담의 목판화 는 고리키의 어머니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스스로 투사로 일어서는 고리키의 어머니 는 가슴을 풀어헤친 채 자유의 깃발을 치켜든 프랑스 드라크르와의 그림 에 겹쳐진다.

그에 반해 홍성담의 는 땅내음이 물씬한 우리의 어머니다.머리수건을 동여맨 투박한 모습에 그윽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아들을 감싸안고 있는 대지의 어머니.지그시 눈을 감은 그 어머니 얼굴은 시선을,차라리 마음을 바닥모를 깊이로 빠져들게 한다.

홍성담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며 새겼던 그 목판화는 4백여점의 판화 중 대표작"이라 서슴없이 말한다.그는 "판화 에는 나의 가슴벅찬 초발심 (초발심)이 어려있다"고 말한다.지금 대하면 과연 자신의 것인지 스스로 놀랄 정도의 초발심 이라고 한다.

홍성담은 초발심이 서려있는 목판화 에서 80년대를 참을 수 없는 무거운 시대 로 치부하고 가벼워지려고만 하는 90년대,그리고 그 이후를 버텨나갈 저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 한다.고리키의 어머니 가 열정으로만 읽혔던 이미 사라진 신화요,모든 어머니가 미시족 이 된다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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