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의 현장 (4)> 화객선 창경호 침몰 다대포 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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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월9일 밤 10시25분께.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항 앞바다는 칠흑의 어둠속에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절경의 몰운대를 안고 평화로웠던 다대포 앞바다가 한국 최악의 해난사고로 기록된 부산~여수간 화객선 창경호 침몰 현장으로 바뀐 것이다.



다대포 해상에서 창경호 침몰,승객3백50여명 수장!.



사고 다음날인 1월10일 새벽 부산일보 윤전기는 창경호 사고를 알리는 호외를 숨가쁘게 토해내고 있었다.



대동기선 소속 2백t급 여객선 창경호가 승객 3백70여명과 백미 등 화물을 만재한 채 여수항에서 거센 파도와 강풍속에서 무리하게 부산항으로 운항하다 얼어붙은 겨울바다 속으로 3백69명에 가까운 귀중한 생명과 함께 가라앉아 버렸고 살아남은 사람은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4명,학생 2명,군인 등 7명뿐이었다.



일요일 한가롭게 거리를 오가던 시민들과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독자들은 경악의 눈으로 호외를 받아들었다.



친지들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서둘러 귀가하거나 다대포 현장으로 달려가는 시민들로 한산했던 부산 거리는 부산해졌다.



라디오 TV 등 방송뉴스가 거의 기능을 못했던 당시로는 신문 호외의 위력은 대단했다.전국 최초로 창경호 대참변을 보도한 호외를 얻기 위해 부산일보 사옥으로 시민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 특종호외는 김경열(95년 작고)와 조창순(87년 작고) 두기자의 재빠른 정보입수와 판단력 그리고 살을 에는 추위속에서 밤새워 취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사회부 김기자와 조기자는 크고 작은 해난사고가 잇따라 자나깨나 해난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지요.야간에 외근 근무 중 창경호 조난 사고 소식을 접한 두기자는 대형 해난사고임을 직감,현장으로 달려가 여객선 승선자 명단조차 파악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취재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시 편집기자로 호외를 편집한 여정태씨(72.사업)의 회고담이다.



두기자는 사고현장에서 꼬박 사흘밤을 지샜다.이들의 노력으로 1월12일자는 생존자와 사고 조사책임자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보다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다.



여수와 부산간의 항로에는 심한 강풍이 불어올 경우 큰 바위에 부딪친 파도와 남형제도를 휘감아 돌아 나오는 파도가 서로 뒤엉켜 삼각파도를 형성하는데 이날 창경호도 선실마다 가득 들어찬 승객들과 백미 4백50가마 해태 등 수산물 50가마를 가득 실은 상태서 한쪽 방향의 파도로 기우뚱한 배가 다시 다른 쪽의 파도에 맞아 제대로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됐다.



부산일보는 10여일 동안 사고 수습현장을 보도하면서 사체 인양에 늑장 부리는 당국에 연일 책임소재를 밝힐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마침내 "창경호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실언한 김석실 당시 교통부장관이 거센 여론의 비난을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



또 이틀후 열린 정기국회를 통해 구성된 창경호 조사위원회 가 현장에서 직접 사고 진상규명에 나서 창경호사고는 정치문제로 비화된다.



부산일보는 사고 수습 현장을 연일 시민들에게 보도하면서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눴다.



인양된지 40시간이 지나도록 거적만 덮어놓은채 항구에 방치해놓은 사체를 끌어안고 아들과 남편을 찾아헤매는 아낙네들의 통곡소리는 다대포 해상을 떠도는 원혼을 달래는 듯 처량하기 그지없다.



현장 스케치 기사의 한토막이다.



전남 지역과 부산을 잇는 유일한 해로로 마의 항로 로 꼽히는 다대포앞 해상은 창경호 사고 이후 43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해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벙커 C유 수백t을 유출시켜 부산항 전역을 오염시킨 유조선 유일호사건을 비롯,지난 한햇동안 이 항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5건이나 발생했다.



부산지방 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된 다대포후리소리 보존회원 윤명근씨는 "40여년동안 다대포앞 해상에서는 크고 작은 해난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당국은 애태껏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난사고 없는 다대포앞 바다를 기대했다.



다대포앞 해상을 오가는 각종 선박들은 창경호 사건을 기억조차 못하는 듯 세월의 무상함을 간직한 채 여전히 출렁거리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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