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대통령실 압수수색...비화폰 서버 확보 시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공수처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대통령실에 있는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비화폰으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한 현장 사령관들에게 전화해 지시를 내렸다. 두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입장인 반면,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지시는 없었다고 하고 있다.비화폰은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통신사에 통화기록이 남지 않고, 통화녹음도 불가능하다. 공수처는 비화폰 서버를 확보해 당시 통신내역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다만 대통령 경호처가 협조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서버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경찰 특별수사단도 비화폰 서버 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거부해 여러 차례 무산됐다. 공수처는 이번에 자체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권가도 적신호 켜진 이재명, 개헌으로 승부수 띄울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현행 대통령제의 폐해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헌이 절실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 정치권에서의 반향은 아직 미미하다. ‘미래 권력’에 근접한 이 대표와 원내 절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 여야 지지율 변화가 개헌 물꼬를 틔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왜일까. 20일 ‘12·3 비상계엄’ 사태 두 달 만에 여야 지지율이 크게 역전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든 정치권 인사들은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는 전혀 다른 여론 변화의 원인으로 ‘반 이재명’ 정서를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정국이 탄핵에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고, 여론의 관심은 이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한가’로 모인다”며 “여러 요인들이 중첩돼 있긴 하지만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의 핵심은 차기 권력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대표에 대한 찬반 지지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수권 능력을 보여준다면 여론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이 대표 역시 정치공세성 언급을 자제하면서 메시지와 행보를 ‘민생 챙기기’ 쪽으로 집중시켰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책 마련도 주문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과 함께 은행연합회를 찾아 6개 시장 은행장과 함께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고환율·고금리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애로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또 오는 22일에는 국회에서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만나는 것을 포함해 외교 관련 일정도 늘려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 직후부터 민생·경제 행보에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급격한 여론 변화에 대한 당내 불안감은 적지 않다. 특히 조만간 있을 공직선거법 2심 판결에서 1심과 같은 징역형이 나올 경우, 당 안팎의 반 이재명 정서는 더 커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이 대표 법원의 최종심이 나오기 전까지 이 대표의 출마 배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당내 지배적인 판단이다. 당 관계자는 “지지층과 당 전체가 이재명으로 ‘일극화’됐는데, 이 대표의 출마를 고수하는 한 이를 막을 방법은 제도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결국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상정한다면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 이재명 정서를 완화할 수 있는 승부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중 개헌이 가장 유력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대철 헌정회장은 최근 “이 대표에게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개헌을 설득 중”이라며 “반 이재명 정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도 개헌을 하는 게 정치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반 이재명 정서에는 도덕성 문제도 있지만, 이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 훨씬 독불장군 식으로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 또한 상당하다”며 “그런 우려를 제도적으로 덜 수 있는 개헌 카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국민들 사이이 계엄 트라우마가 상당한 만큼, 차기 대통령이 전시가 아닌 이상 계엄을 할 수 없도록 요건을 엄격히 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물론 아직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개헌에 대해 “지금 언급될 시기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위기론에 발언 수위 높아지는 비명계…김부겸은 대권 도전 의지 밝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위기론’이 확산되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당내 친명계의 “움직이면 죽일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조기 대선을 겨냥한 비명계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체재’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총리는 22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저에게 주어진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총대를 메라면 멜 것이고, 누구를 도우라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대권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아니냐’는 질문에도 “단정적으로 얘기할 게 아니다”면서 “아직 당내의 다른 사람들이 비전을 내놓은 게 없다”고 분석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다”면서 “민주당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책과 태도를 심각히 고민하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김두관 전 의원도 대권 도전 가능성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1일 ‘뉴스핌TV’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의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 마음의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민주 진보개혁 진영이 국정을 맡는 데 어쨌든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답했다. 김 전 의원도 민주당의 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국정을 맡길 수 있나’라는 의심 등이 반영된 게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PK)에서 약세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했다. 그는 “PK 지역은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약진하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총선에서도 부·울·경 분위기가 굉장히 괜찮았는데, 막판에 민주당은 뭘 잘했느냐는 인식이 생기면서 보수가 뭉쳐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선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당내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 글에서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면서 “원칙을 소홀히 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게 불편하다”고 당의 이재명 ‘일극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비명계가 목소리를 높이자 친명계에선 ‘내부 총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최대 원외 조직이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 등을 겨냥, “작금의 정치현실을 만든 당사자들이 반성은커녕 여전한 기득권의 태도로 가르치려 나섰다”고 비판했다. 혁신회의는 “알량한 정치적 자산을 챙기기 위한 아군을 향한 총질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기적인 자폭행위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오직 국민만 보고 당내 기득권을 반드시 극복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 이후 ‘친명 일색’으로 재구성된 민주당에선 비명계의 당 비판을 ‘해당행위’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 직후에는 강성 친명계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는다”면서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는 ‘경고’를 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 대표를 제외하고 민주당 지지율 하락 원인을 찾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22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 지지율이 이렇게 나오는 정확한 이유를 분석해 달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와 관련, “지지율 하락 원인이 이 대표 본인인데 다른 사람들한테 ‘원인을 찾아라’ ‘분석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계시는 분들이 ‘원인은 이 대표입니다’ ‘재판 지연 전략을 괜히 썼다가 국민 반감을 샀다’고 써오겠냐”며 “문제의 본질은 이 대표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도끼·돌로 손가락 절단… 산재 보험금, 비자 받아챙긴 외국인 일당 검거
체류 기간이 임박했거나 만료된 외국인들을 포섭해 손가락 절단 등으로 산업재해 보험금과 비자를 받게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브로커와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 A(44) 씨와 산업재해 보험금을 부정수급한 불법 체류 외국인 등 14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우즈베키스탄인 B 씨에게 통역을 시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사 현장과 식당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접근한 뒤 이 중 체류 기간이 임박했거나 만료돼 체류 비자가 절실한 이들을 포섭했다. 이후 A 씨 등은 이들에게 고의로 신체에 상해를 가하게 한 뒤 산업재해를 입은 것처럼 꾸며 요양신청서를 공단에 제출하고 요양·휴업 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직접 도끼나 돌로 손가락을 절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고의 상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사업장을 개설하고,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친 것처럼 꾸며 허위 청구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허위 산재 신청을 위해 손가락을 절단한 외국인 중에는 여성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에 가담한 외국인들 대부분은 30대로, 자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야 하는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았다. 산재가 인정된 외국인들은 산재 비자(G-1-1)를 받아 체류 기간을 연장했고 공단 측으로부터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100만 원의 보험료를 받아 챙겼다. 일당이 이렇게 부정하게 받아 챙긴 보험금은 5억 원가량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행정사 사무실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허위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업무를 대행해주고 받은 수수료는 건당 800만~15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이 허위 사업장 개설은 물론, 가짜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해 산재 신청을 하는 치밀한 수법 때문에 공단이 진위를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외국인들로부터 받아 챙긴 돈으로 호화생활을 유지했다. 또 외국인들은 요양·휴업급여를 받아챙긴 데 더해 합법적 체류 자격까지 얻어 국내에서의 경제활동을 이어나갔다. 산재 비자의 기한은 1년이었지만, 허위 사업장의 사업주를 상대로 가짜 소송전을 벌이고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수법으로 2년가량 국내에 체류한 이들도 있었다. 부산경찰청 이승주 형사기동대 2팀장은 “날로 증가하는 보험사기 범죄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수사 착수로 관련자들을 검거했다”면서 “또한 추가 범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강제추방하는 등 공영보험의 재정 건정성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관세’ 중국·멕시코부터 가시화…무역국 한국 부담 커진다
무역적자 해소 등을 이유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20%의 보편관세와 전략 경쟁국인 중국에 최대 60%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첫 관세 압박 대상 국가들로 지목해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직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향해 관세 등 무역 압박성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무역국 한국의 직·간접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2일 미국 백악관 발표와 현지 보도, 외신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캐나다·중국 세 나라를 '1차 타깃'으로 삼아 관세 압력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미 작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2월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전선이 유럽연합(EU) 등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고, 관세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에 우선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 부과는 부분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한·중 기업이 경합하는 이차전지, 태양광 발전 설비, 철강 제품 등 상품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는 반사 효과로 이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둔화는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져 큰 틀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트럼프발 대(對)중국 관세 부과가 우려보다 낮은 수준인 10%로 가닥이 잡히면서 월가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이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려고 미국 수출 전진 기지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온 멕시코와 캐나다가 트럼프 신정부의 첫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한국에게는 큰 부담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실제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전쟁'이 이제 막 시작 단계로 향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연간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타깃’을 좁게 잡고 일정 기간 정부 차원의 검토를 거쳐 관세 등 무역 정책의 큰 그림을 구체화하기로 하는 등 비교적 신중한 관리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올해 신규 배출 의사 269명 뿐…지난해 8.8% 불과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사 배출도 격감했다. 올해 새롭게 배출된 의사는 269명으로 지난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3045명의 8.8%에 불과하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제89회 의사 국가시험(국시) 응시자는 382명으로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거쳐 269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22일 밝혔다. 의사 국시는 의대 본과 4학년과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이 응시하는데, 보통은 의대 정원보다는 조금 많은 수준인 3000명대 초반의 합격자가 나와 의사가 된다. 실제로 의정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이 시기에는 3045명이 국시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올해 국시 합격자가 줄어든 것은 정부 의대 입학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휴학하면서 응시 인원 자체가 평소의 10%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의정 갈등과 비교해도 이번 합격자 수는 확연히 적다. 당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한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 운동을 벌여 제85회 국시 합격자는 412명이었다. 당시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접으면서 국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번 더 시험 기회를 줘 제86회 국시 합격자는 5786명으로 평소보다 늘어났다. 이번 국시는 응시율도 떨어졌지만, 합격률도 낮아졌다. 매해 95% 전후의 합격률을 보였는데, 이번 국시는 시험 접수는 했지만 시험에 응하지 않은 응시자가 다수 생기면서 합격률이 70.4%로 뚝 떨어졌다. 전공의로 지원할 수 있는 국시 합격자 숫자 자체가 줄어들면서 상반기 전공의 지원자가 많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서는 전문의 배출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덕에”…가상자산 몸집, K증시보다 커졌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몸집이 국내 증시보다 커졌다. 미국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출범으로 시장 전망은 더욱 장밋빛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요동치는 코인 급등락 현상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국내 가상자산 5대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약 17조 25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일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15조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조 원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비트 거래대금만 해도 약 11조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8조 65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빗썸은 5조 4700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된 6조 3400억 원과 1조 원 수준으로 좁혔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시장에 돈이 더욱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주요 조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TF를 출범했기 때문이다. SEC는 성명을 통해 “TF는 명확한 규제 선을 긋고, 현실적인 등록 경로를 제공하겠다”며 “합리적인 공개 체계를 만들고, 집행 자원을 신중하게 배치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SEC의 발표 이후 이날 비트코인은 오후 2시 40분 기준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 대비 4% 오른 10만 5610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발표는 직무대행인 마크 우예다 SEC 위원장이 발표했지만, 실제 TF를 이끄는 현 수장은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다. SEC 위원장으로 지명된 폴 앳킨스가 의회 비준 절차를 마친 이후 피어스가 가상자산 TF를 이끌게 된다. 폴 앳킨스는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 경제 정책에 따라 널뛰는 코인판 급등락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에서 가상자산 관련 발언을 내놓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가 대비 5% 넘게 급락했다. 이더리움 –3%, 리플 –6%, 솔라나 –8% 등 가상자산시장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최 대행 "주요 기관에 경찰기동대 24시간 상시 배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헌법재판소‧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에 경찰기동대를 24시간 상시 배치하여 경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서울서부지법 불법·폭력 사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과격‧폭력행위를 동반하여 무단침입 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가용 경력과 장비를 충분히 배치하여 국가기관의 기능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어 "집회·시위는 인권·안전을 고려하여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경찰 폭행·기물파손 등 불법행위는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과 주요 사건 법관에 대해서는 경호 수준의 신변보호를 통해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조특위, 尹 동행명령장 발부…일부 증인선서 거부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내란 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22일 윤석열 대통령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 반발 속 야당 주도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내란 혐의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등 청문회 불출석자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안건은 재석 위원 18명 중 찬성 11명, 반대 7명으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조특위 위원장은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역사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라며 "이들은 당당히 출석해서 국민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행명령 대상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예비역 대령,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 등 7명이다. 동행명령장 발부에 따라 이들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내란국조특위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 한편, 이날 청문회 전 증인선서를 두고 여야 간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선서 전 안 위원장에게 "증언 거부권이 있다. 위증의 벌만 경고할 것이 아닌 선서 거부권에 대해서도 (위원장이) 고지를 해야 한다"며 "여기 나와 있는 증인 중에 소추나 조사를 받고 있어 증언할지 안 할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많다. 개별 증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괄적으로 증인선서를 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법적으로 맞는 말이다. 증언 거부권을 고지하라"며 "선서를 강제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참고하겠다"고만 답했다. 선서문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표로 낭독했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책임 떠넘기고, 앞뒤 안 맞는 얘기만…” 야, 십자포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에 대해 변론을 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에선 “자신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라고 주장한 것”이라며 “비굴하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국회 탄핵소추단에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에 대해 “100%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 “곽종근 (특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의 진술로 볼 때 대통령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박 의원은 특히 계엄포고령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작성했다는 윤 대통령의 진술에 대해 “윤 대통령 이야기처럼 김용현이 전적으로 한 것이라고 하면 (내란) 수괴가 바뀐다”면서 “대통령은 (내란)중요임무종사자가 되고, 김용현 전 장관이 수괴가 돼 상식에 맞지 않는 허위진술이 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의 진술에 대해 “자기를 지지하는 극단적인 세력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계속해서 부하들한테, 특히 김용현 전 장관한테 포고령이라든가 쪽지라든가 이런 걸 전부 미뤘다”면서 “본인이 내란 수괴가 아니고 김용현이 시키는 대로 했다. 자기는 중요임무종사만 했다, 이렇게 할 판”이라며 “정말 비굴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윤 대통령이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는 비판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현 전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본인에 대해 소추된 모든 것을 부인했다”면서 “좀 씁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내 탓이고 내가 명령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는데 후자를 택했다”면서 “모든 계엄의 책임이 김용현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국민의힘 김상욱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께서 말이 앞뒤가 다르면 안 된다”면서 “말이라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되고 앞뒤가 틀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예를 들어서 ‘계엄 집행의사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계엄) 당일인 12월 3일 국회에 실제 무장군인들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대통령께서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다 지시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리당략이나 이념이나 이런 걸 초월해서 공인이라면 말이 일관성이 있어야 되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데 (윤 대통령 진술은) 제가 듣기에는 상당 부분 거짓말로 들려서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반면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 진술을 지지하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진술로 “(계엄) 포고령이 형식적이고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정치인 사살 지시가 없었던 건 분명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대통령 생각을 당신께서 진솔하게 말하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도, 사법기관도 이제 진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동연 양산시장이 시 공식 유튜브에 영상 서한문 올린 내용은?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이 23일부터 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민과 기업의 소비 촉진을 독려한다. 양산시는 나 시장이 설 명절을 앞두고 시민과 기업체의 소비 촉진을 독려하는 영상 서한문을 제작해 23일부터 시 공식 유튜브에 게재한다고 22일 밝혔다. 나 시장은 영상 서한문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내수경제 회복을 위해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나 시장은 또 거대 온라인 쇼핑몰 대신 지역 동네 상점을, 주말에 지역 명소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시 역시 기업체들에 직원들의 회식을 장려하고, 시민들은 지역 식당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화합의 시간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양산사랑상품권 혜택 확대 등을 통해 소비생활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헌재 “문형배 대행, 이재명 모친상 안 가”… 권성동 주장 반박
헌법재판소는 22일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에 문상했다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기자단에 “문형배 권한대행은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에 문상을 한 적이 없으며 조의금을 낸 사실조차 없다”고 공지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를 방문해 문 대행이 이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2020년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상가에 방문했고 이를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들에게 얘기할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발언에 대해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고 했다. 문 대행과 이 대표는 사법시험 28회·사법연수원 18기로 동기다. 연수원 수료 후 문 대행은 부산·경남에서 지역법관(옛 향판)으로 판사의 길을 걸었고 이 대표는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했다.
‘롤린더 시스템’, 부산 도입에 스웨덴 수출길까지 활짝
투신자살 방지 회전체 시스템 ‘롤린더 시스템’이 부산에 도입된다. 스웨덴 등 해외시장에도 알려지면서 한국의 특허 기술이 세계로 진출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시스템코리아(주)와 (주)도시에 따르면, 오는 6월 구포대교에 롤린더 시스템이 설치될 예정이다. 광안대교에는 올해 안으로 공사작업이 이뤄진다는 계획이다. 롤린더 시스템은 회전(Rotating)과 원통(Cylinder)의 합성어로, 난간과 레일의 첫 단 사이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회전 원통형 레일을 설치하는 구조다. 롤린더 시스템은 기존에 설치된 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우수해 기존 교량과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토목 구조물 설계 엔지니어 출신인 시스템코리아 박세만 대표가 롤린더 시스템 연구에 들어간 것은 미국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의 심각성을 자각하면서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 대표는 자살률을 낮추자는 일념으로 8년 가까이에 걸쳐 수백 회에 이르는 테스트 등을 통해 2015년 롤린더 시스템을 최초 개발했다. 롤린더 시스템은 2017년 경남 마창대교에 첫 설치됐으며, 이후 마포대교, 한강대교, 잠실대교 등 주요 교량에 잇따라 설치되면서 추락·투신자살 사고 방지 효과가 입증됐다. 롤린더 시스템은 도로·교량·시설물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부산업체 도시 손영일 대표가 박 대표와 손잡으면서 부산에도 확대·보급의 길을 열었다. 실제로 2023년 11월 광안대교 자살방지시설 설치사업 공법으로 인정되면서 부산에도 설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해외에서도 롤린더 시스템에 주목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대에서 발표한 마창대교 롤린더 시스템 효과 관련 논문을 접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SLSO )보건 서비스 연구센터가 접촉에 나선 것이다. 한국을 찾은 센터 일행은 지난 20일 롤린더 시스템이 설치된 서울 교량들을 둘러보고 여의도 순환 구조대로부터 롤린더 시스템의 우수 사례를 접한 바 있으며 다음날 마창대교를 비롯해 광안대교 일대 현장도 방문했다. 이들은 22일엔 수출 지원 확대를 위한 부산시의회 간담회도 참석했다. 시스템코리아 박세만 대표와 도시 손영일 대표는 “부산과 서울을 교두보로 전국에 롤린더 시스템을 설치해 투신자살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스웨덴을 시작으로 북유럽 전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호주, 미국 등 해외무대에서도 한국 기술을 적극 알려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재, 'NEXT 한미 FTA' 제언..."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관련 대응 방안으로 ‘NEXT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전 총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IMF’가 빚어졌다고 진단하며, “한국과 미국이 상호 이익을 얻는 한미 FTA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2일 이 전 총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의 ‘빅딜’ 전략으로 새로운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총장은 10가지 패키지 전략을 내놓으며 새로운 한미동맹 구상을 제안했다. 첫 번째로는 ‘AI·전기 시대 에너지 협력 강화’이다. 이 전 총장은 한·일 공동 에너지 협력으로 미국이 생산하는 에너지 공동 구매를 제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보호 구역 내 원유 가스 시추를 추진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이를 공동 수입해 한·미·일이 에너지 협력으로 동맹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다음으로는 알래스카~그린란드~동해로 이어지는 ‘북극항로’ 협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의 에너지, 희토류 가치와 함께 군사 기지로서의 중요성을 내세운 바 있다. 이 전 총장은 “북극항로야 말로 미국과 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길”이라며 이 경우 한국에서 네덜란드까지 항해 기간이 10일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의 지리상 위치가 동아시아, 유럽, 북미의 주요 도시와 가까워 한미간 군사 협력을 더욱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외에 이 전 총장은 △‘조선산업 협력’으로 한미 해양 동맹 시대 △지구, 우주통신 협력 21세기 실크로드 연대 △한국이 ‘아시아의 데이터 허브’로 거듭나는 데이터 협력 △ AI 교육 및 표준화 협력 △기후위기 4대 재난 극복 협력 △RE100 협력 전용단지 구축 △‘스토리의 나라’ 한국과 ‘플랫폼의 나라’ 미국 협력 △국부펀드 만들어 한미 전략기술에 공동 투자 등 구체적인 한미동맹 구상안을 내놨다. 이는 일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앞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했듯이 새 시대의 한미동맹 패키지 전략을 한국이 구상해 먼저 제안하자는 취지이다. 이 전 총장은 “불법 계엄으로 시작된 정치 IMF가 경제·외교 위기를 함께 불러오고 있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비상한 준비와 각오가 필요할 것”이라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라는 솔루션을 찾아냈고, 이후 대한민국은 수출에서 큰 이익을 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장은 10가지 ‘NEXT 한미 FTA’ 전략을 거론하며 “우리는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는 나라”라며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해 첫 ‘부일시네마’가 빚어낸 소통과 공감의 밤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새해 첫 상영회가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21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약 70명의 관객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독일 SF 로맨스 영화 ‘아임 유어 맨’(2021)을 단체 관람했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최우수주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AI와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녀’(2014)를 연상시키는 색다른 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페르가몬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참여한 특별한 실험에서 자신을 위해 프로그래밍 된 맞춤형 휴머노이드 로봇 ‘톰’(댄 스티븐슨)과 3주 동안 동거하게 된다. 알마는 처음엔 톰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경계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톰에게 호감을 느낄수록 알마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고뇌에 빠진다. 영화는 말 그대로 로봇처럼 구는 로봇 캐릭터를 활용한 재치 있는 유머와 ‘행복’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스토리다. ‘인간다움’과 사랑의 의미에 대한 고찰도 자연스레 담아냈다. 나아가 삶의 원동력과 인간관계 등 다양한 점을 생각게 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로봇에게 마음을 빼앗길수록 혼란을 느끼는 주연 배우 마렌 에거트의 명연기도 일품이다. 이날 상영회 중 객석에선 수시로 웃음 소리가 들렸고, 때로는 다함께 탄식하며 서로의 공감을 확인하는 ‘공동경험’도 즐겼다. 영화 상영 이후엔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모더레이터로는 예술아카데미 ‘나빌레라’의 권은화 대표를 초청했다. 권 대표는 “여자 주인공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감상해 봤는데,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 깨달았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자신을 만학도라고 밝힌 중년 여성은 “돈 많이 벌어서 저런 남자친구를 가지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솔직한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한 첫 소감 덕에 속내를 터놓는 진솔한 소감이 이어졌다. 아직 연애 경험이 없다고 밝힌 한 남성 관객은 “저런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는 ‘AI와의 사랑에 대한 모순과 경각심’에 주목한 평가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처음엔 저렇게 내 감정을 다 이해해 줄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사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경계해야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철학적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는 여성 관객도 “톰이 결국 주인공 맞춤형 로봇이지 않나. 주인공의 과거와 취향 등 모든 걸 알고 제작된 것”이라며 “프로그래밍에 따라 내가 원하는 행동만 한다는 것이 조금은 소름 돋고 무섭다. 결말에 공감이 잘 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AI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AI가 인간과 어디까지 가까워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할리우드에서 다룰 법한 소재인데 독일 영화라니 신선하다”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 등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다. 삶의 태도에 관한 소감들은 주변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모퉁이극장을 처음 찾았다는 한 관객은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처럼 나에게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상을 남겼다. 다른 관객은 “영화를 보며 인간의 불완전성을 느꼈다. 극 중 주인공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고독을 느끼고 주변 등장인물들은 감정과 질병의 영향을 받지만, 로봇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완벽한 존재로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말미의 명대사를 인용하면서 “불완전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저도 살면서 상대방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이런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게 사랑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인간다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선 사람과의 소통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소통은 공감을 하고 또 공감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지 않나”고 반문하면서 “지금 우리가 하는 게 소통이고 공감이다. 지금 우리는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퉁이극장 측은 커뮤니티 시네마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영화 포스터를 선물했다. 또 좋은 평가를 남긴 관객 5명을 선정해 별도 기념품도 제공했다. 한편,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이번 상영회의 경우 마지막 주 화요일이 설 연휴인 점을 고려해 한 주 앞당겨 진행됐다. 다음 상영회는 2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대명소노,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추진
국내 최대 규모 리조트기업을 운영하는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업 진출을 위해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모두 확보하면 두 항공사를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소노그룹은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 및 주주제안을 전달하는 등 경영 참여를 본격화한다고 22일 밝혔다. 대명소노 측은 이미 20일에 티웨이항공과 정홍근 대표이사에게 경영진의 전면교체, 티웨이항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유상증자 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요구서를 보낸 바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경영개선요구서에서 “티웨이항공은 부족한 정비 비용과 인력, 항공안전감독에 따른 높은 개선지시비율로 미뤄볼 때 항공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국토교통부가 평가한 운항 신뢰성 부족과 연쇄적인 행정 조치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주주제안을 통해 신규 이사 선임에 대한 의안 상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안정적인 항공사 운영 전략 수립을 수립하고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전날(21일) 티웨이항공에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의안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을 전달하고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대명소노그룹 서준혁 회장은 “대명소노그룹의 풍부한 국내·외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출시와 고객서비스 강화를 통해 티웨이항공의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의 주주를 보면 최대 주주는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으로 합산해서 지난 14일 기준 30.0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2대 주주로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16.77%)과 계열사인 대명소노시즌(10%)을 합해 지분 26.77%를 확보한 상태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또 다른 저비용항공사(LCC)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확보 가능성도 열어놨다. 에어프레미아의 지분은 AP홀딩스 우호지분 46%, 소노인터내셔널 11%, JC파트너스 우호지분 11%, 기타주주 32% 등으로 구성돼있다. 앞서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JC파트너스가 보유하던 지분 22%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를 581억 원에 인수해 사실상 2대 주주에 올랐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잔여 지분 11%를 올해 6월 이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도 확보한 상태다. 소노인터내셔널 측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두 항공사의 합병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국내·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과 유럽·미주까지 아우르는 장거리 노선을 확보하는 항공사가 탄생할 수 있다. 업계에선 그룹 2세인 서준혁 회장의 항공업 진출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2011년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로 재직할 당시 매물로 나온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돼 이번에 다시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국내 18개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리조트 기업이다. 운영하는 객실 수만 1만 1000여개에 이른다. 지난 2019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사명과 브랜드를 ‘대명’에서 ‘소노’로 변경했다.
단색화 두 거장의 만남, 깊은 울림 전하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작품은 평가절하돼 있었다. 일본과 중국 작가들이 일찍부터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경매에서 놀라운 가격에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렸지만, 한국 미술은 한동안 소외되어 있었다. 이 같은 경향을 깨고, 세계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으며 등장한 것이 한국 단색화 거장들이다. 마치 수행하듯 품이 많이 들어갔고,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은 한국 단색화는 세계 미술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장르이다.단색화의 두 거장 최병소, 윤형근 작가의 신작과 대표작이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데이트 갤러리는 31일까지 ‘선에서 면으로’라는 제목으로 두 거장의 2인전을 연다. 최병소 작가는 신문지와 잡지 종이에 볼펜과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어 내용을 지워나간다. 채우기인 동시에 비워내는 이 작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고, 마침내 종이는 해어지고 찢어지고 까맣게 변했다. 검은색 철판처럼 변해 버린 작품을 보며 오직 연필로 물체의 성질을 바꾸었다고 설명한다.사실 최 작가의 이런 작업은 지독한 가난에서 출발했다. 70년대 형편이 어려워 화구조차 사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눈에 띄는 건 버려진 신문지와 연필뿐이었다. 연필로 마치 색칠하듯 신문 글자를 가리고 여백도 없을 정도로 모든 면을 덮었다. 거기서 더 나가 찢어질 정도로 연필 긋기를 계속했다. 신문지와 연필, 볼펜이 서로 흡수되고 일체화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모든 표현 가능성을 배제한 침묵의 정신을 표현했다.70년대 초반 시작된 최 작가의 작업은 서서히 소문이 나며 1977년 일본 도쿄 센트럴 미술관, 1979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1981년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2012년 대구 미술관, 2016년 프랑스 근현대 미술관 전시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한국 실험미술 전시에 포함돼 외국 순회 전시도 진행되고 있다. 아트 바젤을 비롯해 유명 아트페어에서 수억 원대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수행 같은 작업으로 인해 현재 80대인 작가는 걷기가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그럼에도 이번 부산 전시에 여러 점의 신작을 낼 정도 작품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색이 나오지 않는 볼펜을 사용한 흰색 작품과 모눈종이처럼 빽빽하게 가로세로 선이 들어간 작품이 새롭게 다가왔다.데이트 갤러리 김경애 대표는 “부산에서 거장의 신작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작가는 농담처럼 이번 전시가 마지막이 되면 어쩌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시가 더 애틋하고 많은 사람이 관람해야 할 이유이다”라고 전했다.지난 2007년 작고한 윤형근 작가는 이미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캔버스가 아니라 면포 혹은 마포 천에 하늘을 뜻하는 청색, 땅의 색인 암갈색을 섞어 만든 윤형근만의 검은색을 큰 붓으로 찍어서 내리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고목 같기도 하고 흙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윤 작가가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고 해석한다. 여백과 대비, 절제미가 뛰어나 한국적이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한국 미술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가진 고 김환기 화백이 그의 스승이자 장인이다. 윤 작가의 부인이자 김 화백의 딸은 남편인 윤 작가가 아버지를 능가하는 실력이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뉴욕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2017년 첫 전시를 한 후 2020년 두 번째 개인전을 할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고, 2023년 파리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열린 개인전에는 개막 당일 관람객이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회고전이 열렸고 비엔날레 총감독이 윤형근 리뷰를 작성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특히 최근에는 BTS의 리더이자 미술 컬렉터로 유명한 RM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윤형근이라고 밝혀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많이 유명해졌다. RM은 2022년 솔로 정규 앨범 1집에 윤형근 작가의 철학을 녹여낸 노래 ‘윤(YUN)’을 수록하기도 했다. 갤러리 데이트 1관에서 최병소 작가의 선을 만난 후 2관에서 윤형근의 면을 강조한 작품을 보면 두 거장의 대비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국 158개 전통시장서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해양수산부는 설 명절 소비자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전국 158개 전통시장에서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일부 소규모 시장은 다른 시장과 연합해 참여하며, 연합 시장을 1개소로 환산 시 120개 전통시장이 대상이다. 참여 시장 등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www.fsale.kr)에서 확인 가능하다.이번 행사는 전통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30%를 1인당 2만 원 한도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행사이다. 구매금액 3만 4000원부터 6만 70000원 미만은 1만 원을, 6만 7000원 이상은 2만 원을 각각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소비자는 영수증과 휴대전화 또는 신분증 등을 지참해 시장 내 환급 부스를 방문하면 본인 확인 후 상품권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당일 영수증만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행사기간(23~27일 5일간) 구매 영수증을 합산해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예산 소진 시 행사가 조기 종료된다.이번 설에는 지역 5일 장터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순회환급소’도 운영한다. 해수부는 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수산물-농축산물 환급부스를 운영하고 공동으로 온라인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행사 첫날인 23일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해 수산물 점포를 돌아보며 성수품 수급·가격 동향을 살피는 한편, 환급행사 부스를 찾아 소비자들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다.강도형 장관은 “수산업 종사자분들과 전통시장 소상공인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국민들께서 맛 좋은 국산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실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민생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 환급행사를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가까운 시장을 찾아 풍성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시, 공영자전거 서비스 확대로 관광도시 꿈꾼다
경남 김해시가 관광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영자전거 서비스를 확대한다. 김해시는 다음 달부터 공영 전기자전거 ‘타고가야’ 서비스를 확대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전기자전거를 기존 100대에서 150대로, 대여소도 15곳에서 30곳으로 늘린다. 원도심에 집중됐던 대여소를 장유 지역과 진영읍, 활천동, 삼안동, 불암동에도 설치한다. 이번 공영자전거 서비스 확대는 관광 활성화와 지역 간 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이 서비스는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요금은 기본 30분 이용에 500원, 추가 10분당 200원이 가산된다.
업비트·빗썸, 비상계엄일 전산장애로 35억 원 배상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대규모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과 관련, 업비트와 빗썸이 투자자들에게 약 30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배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주요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는 비상계엄일 전산장애로 발생한 596건의 피해에 대해 31억 4459만 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빗썸도 124건에 대해 3억 7753만 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두 거래소는 현재 투자자들과의 배상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최종 배상액은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다른 거래소는 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억 3000만 원에서 8800만 원까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거래소에 접속해 서버가 과부하 상태에 이르렀다. 업비트의 동시 접속자 수는 평소 10만 명 수준에서 11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빗썸과 코인원도 각각 5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몰렸다. 이 때문에 업비트는 99분, 빗썸은 62분, 코인원은 40분간 거래 장애를 겪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입출금 지연과 거래 취소 탓에 손실을 입었다. 이에 거래소들의 관리 부실과 시스템 대비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들의 재발 방지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거래소들이 서버 증설, 클라우드 전환, 비상대응계획(BCP) 개선 등 약속한 개선 조치를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지 확인 중이다. 또 배상 기준과 민원 대응 체계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비트가 고객확인제도를 위반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FIU가 업비트의 사업자면허 갱신 신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십만 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을사년 올 한해도 ‘무사태평’ 기원합니다”
을사년 음력설을 맞아 국립부산국악원이 29일 오후 3시 연악당에서 여는 설맞이 공연 주제는 ‘무사태평’이다. 외부 단체를 초청해 여는 추석과 달리 설 공연은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연주단(기악단, 성악단, 무용단) 60여 명이 출연한다. 공연 제목처럼 “아무런 탈 없이 편안”하기를 기원한다. 공연은 3막으로, 설날의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채운다. 1막은 새해의 문을 여는 기원과 축원의 무대로 ‘문굿과 비나리’가 장식한다. 기악단 연희부 단원들이 나와 전통의 소리와 장단을 통해 복을 기원하며 관객들에게 설날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공연은 줄 위를 걸어 다니면서 여러 가지 재주를 보여주는 ‘줄타기’로 연희부 한용섭 단원이 출연한다. 2막은 지역의 대표 민요를 엮어 새롭게 구성한 ‘민요 연곡’과 ‘부채춤’을 선보인다.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등 단재비(각 악기 연주자가 한 명씩이라는 뜻) 편성의 기악단이 반주한다. 민요 연곡은 ‘성주풀이’ ‘남원산성’ ‘진도아리랑’을 성악단원들이 노래한다. 화려한 춤사위로 새해의 평온과 희망을 기원할 ‘부채춤’은 복미경 무용단 예술감독이 재구성해 무용단원이 출연한다. 3막은 무용단과 연희부가 중심이 돼 ‘영고 놀이’로 마무리한다. 영남북춤의 독특한 리듬과 강렬한 에너지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 당일 2시간 전부터 부산국악원 야외마당에선 떡 메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관람료 S석 2만 원, A석 1만 원이다. 예매는 YES24와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과 전화로 할 수 있다. 특히 한복을 입은 관객과 뱀띠 출생자는 관람료의 5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모든 관객에게 새해 기념 특별 선물로 달력과 떡이 증정된다. 문의 051-811-0272.
HJ중공업, 7700TEU급 LNG 이중연료 컨선 인도
HJ중공업이 77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선주사에 인도하면서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력을 재입증했다.HJ중공업은 지난 20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인도서명식을 갖고 2022년 유럽지역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2ㅈ척 중 1척을 최종 인도했다고 22일 밝혔다.HJ중공업이 이번에 인도한 선박은 길이 272미터, 운항속도 22노트로 최첨단 사양과 친환경 설계가 반영됐다. 프랑스 다국적 선박공학 회사 가즈트랑스포르&테크니가즈(GTT)의 Mark III 멤브레인형 연료 탱크를 적용, 6100㎥에 달하는 저장 용량을 확보해 컨테이너 적재량을 극대화했다.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모두 충족하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LNG 운반선의 화물창과 동일한 기술인 멤브레인형 연료탱크를 적용해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인 만큼 HJ중공업의 이번 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물론 친환경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HJ중공업 유상철 대표는 “이번 인도로 향후 해당 선형의 후속 건조와 공격적인 영업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탈탄소 시대에 걸맞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과 건조를 통해 선주사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부·울·경 시도지사, ‘서울 공화국’ 극복 위해 머리 맞댄다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지역별 대책을 제시하고, 부·울·경 지역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2일 오후 녹화가 예정된 ‘2025 신년 대토론회, 부산·울산·경남 상생의 길을 묻다’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KBS부산·창원·울산이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세 자치단체장은 녹화를 위해 부산 수영구 KBS부산방송총국을 방문한다. 이번 토론회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실태를 진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과 대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4대 특구 사업 △정부 국정과제인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에너지 대책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 대응 전략 등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펼친다. 또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추진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상생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타 시도에 바란다’라는 자유 토론 시간을 통해 지역 간 협력 방안을 찾는다. KBS부산·창원·울산이 공동 기획한 부·울·경 시도지사 합동 토론회는 지난해 10월 4일 KBS창원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함께 길을 찾다’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다. 마지막인 세 번째 토론회는 올해 상반기 KBS울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25 신년 대토론회, 부산·울산·경남 상생의 길을 묻다’는 24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KBS1TV에서 90분 동안 방송된다.
지난해 우리 바다 역대 최고로 펄펄 끓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재작년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은 지난해 우리 바다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18.74도로 관측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23년 기록인 18.09도를 넘어선 것으로, 최근 57년간 가장 높은 수온이다. 수과원 과학조사선 관측 결과에 따르면 동해는 18.84도, 서해는 17.12도, 남해는 20.26도로 모든 해역에서 최고 수온을 기록했다. 특히 평년(1991~2020년 평균) 대비 평균 1.62도 상승하며 해양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우리나라 주변 광역해역인 북서태평양도 고수온 현상이 심각했다. 수과원이 인공위성을 통한 관측 결과 지난해 북서태평양의 연평균 표면수온은 21.11도로 최근 25년 중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기록적인 수온 상승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 여름과 가을 사이 한반도 주변에서 지속된 강한 폭염 현상, 그리고 적도 인근에서 유입된 고온 해류가 꼽힌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올해를 근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확정하며, 전 세계 해양 표층수온과 해양열용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해양열용량은 해양 온난화의 지표로 단위면적 당 해수가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의 총량을 뜻한다. 최용석 수과원장은 “수과원의 기후변화 감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 바다의 해양 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산분야의 기후변화 감시·예측과 고수온 내성 양식품종 개발 등 종합적인 기후변화 적응 기술개발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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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을 들으면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이 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이면에 숨겨진 공간들 역시 이색적이다.
[슬기로운 호구생활⑪] "허리가 고장났다" 독박육아 24시
올 2월 기다리던 첫아기를 맞이했다. 온 세상을 흔든 코로나19도 무시할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내는 “앞으로가 무섭다” 했고, 주변 사람은 짠 듯 이구동성 “좋은 시절 다 끝났다”고 했다. '육아 전쟁' 때문이다. 내심 자신감이 충만했다. 괜히 겁주는 말이겠거니…. 쌍둥이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독박 육아 체험'까지 결심했다. 이제는 남자도 똑같이 '공동 육아'를 할 시대이지 않나. 어쭙잖게 아이를 돌보다 '육아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쾌조의 스타트 체험은 아기가 태어난 지 70일째 되는 날 했다.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이다. 오로지 혼자 육아+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내에게 마음껏 '집 밖 휴가'를 누리라 했지만, 마음이 불안한지 멀리는 못 가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 달 반가량 재택근무를 해 나름대로 육아에 자신이 있었다. 어느 정도 보고 익힌 '육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있다. 시작은 좋았다. 비몽사몽 아빠와 달리 아기 컨디션이 '최상'이다. 쿠션에 앉혀 자동 모빌을 켜니, 30~40분간 '옹알이'하며 놀았다. 이때 빨래한 옷도 개고, 못다 한 거실 정리정돈도 끝냈다. ■전쟁의 서막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전쟁의 전조현상이 드리웠다. 잠깐씩 '잉잉'대던 소리가 잦아지더니, 아기가 만세를 부르며 자지러졌다. 어깨에 올리거나 두 손으로 받쳐 안아도 무아지경이다. 난생처음 정체불명의 돌고래 같은 소리까지 내며 달래봤지만, 슬쩍 눈치만 볼 뿐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을 갖다 대자, 간신히 진정됐다. 그 이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배가 아팠지만, 또 아기가 울까 봐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아내에게 잠시만 봐달라고 했으나, “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퇴짜. 10여 분간 5~6kg 아기를 안고 있는 오른쪽 팔뚝 힘도 이제 한계다. ■머피의 법칙 신기했다. 어깨에서 잘 자던 아기가 소파에 눕히기만 하면 ‘말똥말똥’이다. 신생아 ‘등 센서’가 소문이 아닌 진짜였다. 아기가 간신히 누워 모빌이나 초점책을 보다가도, 이불을 개는 등 청소만 하려 하면 찡찡댔다. 과자나 땅콩 등을 먹으려 하거나 카카오톡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 마치 딴짓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듯했다. 걷잡을 수 없는 울음보가 터지지 않으려면, 아기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히 한 상 차려 점심을 먹는 건 불가능했다. 있는 반찬을 데워 끼니를 때웠다. 전날 먹고 남은 찌개가 없었다면, 곧바로 '배달의 민족'을 터치했을 것이다. 그나마 데운 찌개도 아기를 달래고 오니 다 식어있었다. 아기를 안고 무언가를 하기엔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허리 굽힘 없이 정리정돈할 수 있는 육아용 '대형 집게'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결국, 집안일을 하려면 아기를 완전히 재워야 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 수유 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아내 말로는 평소엔 한 시간도 자지 않는다고. 오히려 재우다 실패하면 잠투정이 심해진다고 한다. ■하이라이트 '목욕' 설거지를 채 끝내지 못했지만, 아기가 깼다. 다시 육아다. 집안일과 육아가 ‘무한 반복’이다. 당이 떨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단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낮잠 잔 아기의 수유를 끝낸 뒤 목욕에 도전했다. 바둥대는 아기를 한 손으로 껴안아 씻겨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체력이 다한 탓인지 목욕은 엉망이 됐다. 앉은 상태에서 아기를 들었다가 놨다 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나도 모르게 물 온도 조절에 실패했고, 조심해야 할 아기의 눈과 귀에도 물이 튀었다. 70일 된 아기의 표정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빠의 서투름을 알고, 참고 견뎌주는 표정이었다. 아기도 지쳤는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드디어 소위 말하는 '육퇴'(육아 퇴근)다. 육퇴 후 허리가 아파 소파에서 2시간 동안 뻗었다. 그러나 '육아 출근'은 금방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2시에 배가 고파 아기가 깼다. 한 시간 후 다시 잠이 든 아기는 오전 4시 30분, 6시 30분에도 차례로 깼다. 마치 군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느낌이었다. ■오해와 진실 이번 체험은 저번 ‘임신부 체험’처럼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사실 아기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몇몇 마찰이 있었다. 우선 '육아 아이템'이다. '이거는 꼭 사야 한다'는 육아 아이템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수개월 간격으로 필요한 육아 아이템들이 달라, 업체들의 '상술'로 여겼다. 아내의 생각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이날 독박 육아를 하며 집에 있는 모든 육아 아이템을 동원하는 내 모습을 봤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를 돌볼 수는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아이템'은 없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육아의 공동 분담'이다. 육아는 집안일의 일부분이 아닌 별개의 일이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추가로 더해진 일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돕는 것이 아닌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다. 사실 육체적 노동은 익숙해지면 할 만했다. 그러나 '정서적 힘듦'까지 겹치면 산후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었다. 부부가 서로의 힘듦을 알고 받아주고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위대한 부모 임신부 체험 때처럼 이번에도 모성애의 위력을 느꼈다. 아기 목욕을 시킬 때 욕조를 1분 만에 헹구는 나와 달리, 아내는 매일 5분 이상 닦고 있었다. 육퇴 이후에도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나와 달리,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아기 재우는 법' '70일 아기 특징' '이유식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늦은 밤 아기가 배고플까 잠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알기에 더 대단하게 다가왔다. 비록 하루 체험이지만, 남다른 부성애도 느꼈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것에 더해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퇴근 후에도 어느정도 육아에 동참해야 할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가 어떤 기분 상태이고, 무엇을 해줘야 할 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외로운 '육아 전쟁'을 견딜 힘은 부부에게서 나오는 듯하다. 이번 체험을 하며 아기의 웃음보다도 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모르지만 아내도 독박육아를 자청하는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위로를 받았을 터. '슬기로운 육아생활'의 기본 전제는 부부의 공감이다. 글=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사진=이승훈 기자 아내
[요즘MZ] 24. 휴가
부산일보 뉴콘텐츠팀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요즘MZ" 일상툰입니다! MZ세대들의 문화나 생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휴가를 입사하고 처음으로 길게 다녀왔어요! 쉬면서 국내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회사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푹 쉬었으니 그 원동력으로 다시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부산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사건, 랜드마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홈페이지(www.busan-pedia.com·사진)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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