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맛있는 세상] '추적자'를 보면 한국 사회의 현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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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아직 안 끝났어!” 교통사고로 여고생을 치어 죽인 한류 스타에게 무죄 판결이 나는 순간이다. 상복 차림의 남자가 등장하더니 소리를 치며 법원 마크를 총으로 쏴버린다. 살해당한 여고생의 아버지이자 강력계 형사인 백홍석. 그는 이 한류스타에게 다가가 이제부터 내가 검사야, 그날 밤 있었던 진실을 말해라고 외친다

  입을 다물지 못 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드라마 추적자(THE CHASER)’.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드라마를 보게 되는구나. 예전에 프리즌 브레이크로스트같은 미드에 빠졌을 때. 도대체 이렇게 스토리를 크게 벌려서 수습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걱정이 되었다. 숨 가쁘게 빠른 템포를 따라가며 우리는 언제쯤 저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다.

  '추적자'17세 어린 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충격에 아내까지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은 SBS드라마로 평균 시청률이 9.8%이다.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에 비하면 낮은 시청률이다. 추적자를 보면 갈등의 한국사회가 보인다. 한국 최고의 재벌 서 회장은 사위인 강동윤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는데 되레 방해를 한다. 그래도 사위인데 왜 일까? 회사를 물려받을 그의 유일한 아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 게 표면적인 원인이다.

  저 놈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되어 이 자리(자신의 자리)에 앉으려고 하고 있다.”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 때로는 저 놈이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재벌가의 아들이 대통령을 차지해버린다면...드라마(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에 나오는 힘센 순서는 위에서부터 재벌-정치인-법조인-기자이다(걸핏하면 기자 불러!).

  대통령선거, 재벌, 검찰개혁, 검경갈등, 원조교제, 한류, 교육현실까지 이 드라마에는 불편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 사회 문제가 총 망라된다. 미드 같기도 하고, 드라마 모래시계생각도 난다. (극본을 맡은 박경수 작가는 대작 드라마'태왕사신기'를 송지나 작가와 함께 집필하며 필력을 인정받은 바 있고 미드도 많이 본단다).

  대사 정말 좋다. “약속과 거래는 다르다,” “나는 말은 기억하지 않습니다.그 사람의 행동만 기억합니다.” “법이 우리에게는 무섭고, 어떤 이에게는 우습고.”손현주, 김상중 등 주연배우를 비롯해 조연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명품연기를 펼친다(손현주, 제발 날 울리지 마). 여기 나와 연기 못 했다가는 맞아죽을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잭 바우어가 나오던 인기 미드 ‘24에 빠진 뒤 영화관에서 액션 첩보물을 보면 왜 그렇게 시시하게 보이던지. 영화 돈의 맛추적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재벌가의 자식들이 왜 그렇게 사이가 좋게 나오는지 공감이 덜 간다는 것. 예쁘고, 착하고, 정의감 넘치는 여기자(현실성이 상당히 희박한데)가 돈 많은 서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정도(이거이 좀 심한 거 아냐).

백홍석이 이송 도중에 탈출에 성공했고, 딸의 살인에 강동윤이 개입한 걸 알게 되었으니 5부부터는 프리즌 브레이크느낌으로 보면 되겠다. 당분간 추적자에 빠져 살겠구먼. ‘추적자닥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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